세계 첫 시각장애인 CFA 신순규씨 '눈 감으면…' 출간 간담

경제·사회 입력 2015-10-27 20:48:03 박성규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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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만 보고 판단하다 보면 정작 우리에게 소중한 것을 잊고 살 수 있습니다. 가끔 눈을 감아보면 눈이 아닌 마음으로도 들을 수 있고 이런 것을 통해 정말로 소중한 것을 생각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계 최초의 시각장애인 공인재무분석사(CFA)로 미국에서 가장 큰 규모의 프라이빗뱅크(PB)에서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는 신순규(48)씨는 27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열린 '눈 감으면 보이는 것들(판미동 펴냄)' 출간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장애를 현실의 장벽으로 만들어놓은 것은 장애인 본인이라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 역시 녹내장과 망막박리로 아홉 살의 어린 나이에 시력을 잃은 장애인이다. 그러나 그는 지난 40년 가까이 끊임없는 노력으로 장애를 능력으로 바꿨다.

시력을 잃은 후 안마사는 만들지 않겠다는 어머니의 의지로 피아노를 시작한 그는 열세 살에 떠난 미국 순회공연 중 오버브룩맹학교의 초청을 받게 된다. 이후 열다섯 살에 홀로 미국 유학을 떠난 신씨는 음악에 대한 역량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공부에 매진하기 시작했다.

이후 하버드·프린스턴·MIT·펜실베이니아 등 세계적인 명문 대학에 동시 합격해 하버드대에서 심리학을,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는 경영학과 조직학 박사과정을 전공했다. 장애인에게 장벽이 있는 직업을 연구하다가 시각장애인 애널리스트의 전례가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지난 1993년 투자은행 JP모건에 들어가 신용 애널리스트로 일하기 시작했다. 이후 1998년 600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는 미국 최대 PB인 브라운브러더스해리먼에 입사한 후 2003년에는 시각장애인으로는 세계 최초로 '금융 분야의 최종 자격증'으로 불리는 CFA를 취득했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성공적인 인생을 살고 있지만 본인의 성공 스토리를 말하기 위해 책을 펴낸 것은 아니다. 신씨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노력과 인내로 세상이 말하는 성공을 이룬 사람의 자서전이 아니라 가치관이 다를 수밖에 없는 사람의 생각을 담은 에세이를 내고 싶어 책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는 시각장애인으로 '볼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생각을 책에 담았다. 인생의 궤적에서 세상이 공평하지만은 않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그는 "앞으로 불공평을 줄여주는 일을 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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