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브랜드는 있는가] <2> 한국다움을 담자

경제·사회 입력 2015-10-22 18:38:22 수정 2015-10-23 10:03:30 최수문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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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은 전쟁에 대한 기억에 차이가 있다. 한국인들은 대개 이렇게 이야기한다. "(한국전쟁이 끝난) 1953년 우리나라의 국민소득은 아프리카 소말리아 수준이었다. 국민적 희생과 경제성장으로 지금 10대 선진국 수준에 올라섰다." 일본인들의 관점은 다르다 "패전으로 무너졌던 일본 경제는 10년의 회복기를 거쳐 1955년 드디어 전쟁 전 수준을 넘어섰다." 전쟁 전 특정 시기는 일본 경제가 패전으로 망가지기 직전인 1936년을 말한다. 일본은 중일전쟁ㆍ태평양전쟁(1937~1945년)이 일시적 비극에 불과하고 역사는 계속 이어진다고 본다. 반면 한국사는 단절됐고 우리 국민들의 기억은 광복과 한국전쟁 이후부터다.

대한민국 국가 브랜드를 위한 '한국다움'을 찾는 노력은 전통과 현대의 연속선상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의 눈부신 경제성장도 과거의 지적 전통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적 자긍심과 배려·신뢰 등 한국다움은 면면히 이어온 전통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다움, 5,000년 역사에서 비롯돼=일부의 시각처럼 1960년대 이후의 기적적인 경제개발만 이야기하다 보면 자가당착에 빠지게 된다. 각고의 노력으로 성장을 이룬 것은 알겠지만 성공 요인이 뭐냐는 것이다. 근면한 국민, 효율적인 산업정책, 우호적인 국제환경 등 여러 가지가 언급될 수 있지만 이는 한국만의 특이한 조건은 아니다. 또 한국은 남북분단이라는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다.

수백년간 식민지로 있다가 독립한 아프리카나 중동·아시아 국가들은 여전히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독일과 일본은 제2차 세계대전으로 완전한 폐허가 됐지만 재건에 성공하며 다시 일어섰다. 한국은 소말리아의 기적이 아니라 독일이나 일본식의 중흥이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고도 살아남은, 오히려 더 견고해진 우리의 지적 전통이 한국 경제와 사회 부흥을 이룬 것이다.

한국다움은 짧은 비극적 시기를 뛰어넘는 유구한 역사전통에서 도출해야 한다는 것이다.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한국명 이만열) 경희대 교수는 "수치스럽다며 과거를 잊으려는 한국인들이 많다"며 "한국이 경제발전을 이루게 된 배경, 즉 한국의 정체성을 알려야 한다"고 말했다.

◇물질적 측면과 함께 정신적 요소를 더해야=우리 주변에 한국적인 것을 가리키는 대상은 많다. 한글·한식·한옥·한복 등이다. 최근에는 K팝·K드라마·K패션 등 'K(Korea)'를 많이 붙인다. 정부는 지난 21일 한식정책의 총괄 조정을 위한 한식정책협의회를 발족해 한식 세계화를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 이미 한글정책·한복정책 등도 잇따라 나왔다. 문제는 한국적인 것이 개별적으로 분절된 상태에서 존재하는 일이다. 이를 하나로 통합할 수 있는 정신적 가치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다.

자유민주주의라고 뭉뚱그려 이야기하면 미국이나 일본은 차이가 없다. 기독교나 불교·유교 자체도 차별성을 갖기가 쉽지 않다. 한식과 K팝 등 한류에 한국정신을 어떻게 반영할지에 대해서는 설명이 부족하다. 한국사회의 분열은 바로 이런 정신적인 한국다움이 없기에 생기는 것일지도 모른다. 각자 선호하는 수입문화를 가져다가 한국이라는 고유한 현실에 대입한 것이 오히려 분열로 이어진 것이다. 물론 해외에서 들어온 것이라고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지금은 누구나 한국적이라고 하는 불교나 유교도 원래 수입된 것이다. 문제는 어떻게 한국정신으로 변화시키느냐다.

한 역사학자는 "수입사상을 한국산이 아니라고 배척하면 우리 고유의 것은 아무것도 없는 셈"이라며 "이들의 차이는 이미 한국화한 것과 덜된 것에 있다"고 전했다.

◇태극기와 한글, '한국다움'의 두 상징=한국다움을 이야기할 때 태극기와 한글을 주요 요소로 드는 전문가들이 많다. 일반인이나 전문가를 대상으로 조사된 국가상징 도안 공모를 보면 비슷한 결과가 나온다. 태극기와 한글이 한국을 상징하는 것임은 분명하다.

'태극'은 모든 존재와 가치의 근원이 되는 궁극적 실체로 불교나 유교 등 한국 전통사상에서는 모두 인정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도 국기로 사용된 태극이 핵심가치의 역할을 하고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한글은 제작과 사용원리 자체가 과학이다. 태극과 한글은 궁극적 가치와 현실과학의 결합인 셈이다.

◇한류를 넘어 '한국문화'로 진화해야=한류에 한국다움이라는 정신을 채워야 한다는 목소리다. 한류의 부침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데 있지만 해당 국가에서 점차 차별성이 약해지는 이유도 있다. 이제는 그들에게 한류가 더 이상 특이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류라는 유행을 뒷받침할 수 있는 굳건한 토대가 필요하고 이것이 한국다움이 될 수밖에 없다. 한국다움은 5,000년 전 단군신화에서 비鍍?홍익인간(弘益人間ㆍ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에서 시작돼 수입된 유교의 인(仁)으로 이어지는 지식에 대한 존중, 공동체의식을 바탕으로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지적전통에 최근의 경제 기적을 결합한다면 한국이라는 이미지가 보다 분명해진다는 것이다. 변혁 성균관대 예술대학 교수는 "한국사를 관통하는 고유한 가치와 정신, 리더십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수문기자 chsm@sedo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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