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브랜드는 있는가] '선비정신' 현대화… 리더십의 표본 삼아야

경제·사회 입력 2015-10-22 18:38:37 수정 2015-10-23 08:43:12 최수문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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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고유한 개념인 '선비'를 한국다움의 대표로 현대화·세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다만 선비를 사상적 측면에서만 바라보는데 오히려 리더십의 전형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참여 지식인의 표상이라는 의미에서다.

최근 선비정신이 인기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월 국무회의에서 "우리의 선비정신이 세계인의 정신세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발언하면서 선비정신에 대한 관심이 부쩍 많아졌다. 퇴계 이황을 모신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의 김종길 원장은 "(선비는) 사회의 양심이자 지성·인격의 기준으로서 각 시대의 지도적 구실을 하는 책임을 감당해왔고 대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정신을 가진 존재"라고 설명했다.

선비정신이 인기를 끌면서 선비를 강의하는 연구소에는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도산서원 선비문화수련원에는 2004년 754명에 불과했던 수련생이 지난해 5만5,503명으로 늘어났다. 사회적 대안으로서 선비정신이 인기를 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선비를 사상적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것은 잘못이다. 선비는 예로부터 한국인의 지식인·리더를 나타내는 명칭이었기 때문이다. '삼국사기'에 '평양은 선인(仙人) 왕검의 택'이라고 기술돼 있는데 이는 단군왕검이 우리나라 최초의 선비로 해석되는 말이다. 선비는 한국에 유교와 불교가 들어오기 전부터 있었던 고유어로 한자로는 선인(仙人)이나 선인(先 人)으로 기록됐다.

이후 중국의 '사(士)'의 개념을 '선비'로 번역하면서 의미에 혼돈이 생겼다. 원래 중국의 '사'는 문인(文人)을 지칭한다. 하지만 선비는 문무를 겸비하고 여기에 철학과 종교적 역할까지 담당했다. 예를 들면 보통 권율 장군이라고 부르지만 권율은 원래 문신이다. 하지만 국난의 위기에 칼을 들 경우 무인이 됐다. 이순신은 무신 출신이지만 자신은 스스로를 선비로 여겼다. 그리고 선비는 가문의 사당을 마련하고 스스로 종교를 주재하는 사람이었다.

폐쇄적이거나 고립적이지 않고 사회적 책임에 충실한 선비가 현대사회에 다시 주목되는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이만열 교수는 저서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에서 선비를 "개인적 차원에서는 도덕적 삶과 학문적 성취에 대한 의지와 행동을, 사회적으론 수준 높은 공동체의식을 유지하면서도 다양성을 존중하는 태도를, 국가적으론 평화적 국제질서를 지지하는 태도를 지녔다"고 설명했다.

일부에서는 선비를 유럽의 기사(knight)나 일본의 사무라이(侍)와 비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둘은 전형적인 무인, 즉 군인이다. 전쟁터에서 역할을 하는 존재다. 선비가 리더의 표상으로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이유다. 한영우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국 전통의 핵심이자 문화적 유전인자는 선비"라며 "공익성과 민본정치를 바탕으로 서양문화를 받아들일 경우 현대적 선비정신을 세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수문기자 chs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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