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치매여도 괜찮아, 우린 가족이니까

경제·사회 입력 2015-10-16 17:34:47 김경미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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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할머니와 외할머니, 엄마와 아빠, 오빠와 딸(저자). 이렇게 여섯 식구가 함께 사는 이 가족의 조금 남다른 지점은 두 할머니 모두가 중증 치매를 앓고 있다는 것. 하지만 그보다 좀 더 독특한 점이 있는데, 이 두 할머니와 함께 하는 나날들에 대한 저자의 서술이 가슴 아프고 슬프기보다 마치 콩트처럼 유쾌하다는 점이다. 저자의 눈에 중증 치매에 걸린 할머니는 가족들을 힘들게 하는 사람이 아니라 화장실을 갈 때마다 슬리퍼 한 짝을 챙겨 방에 고이 모셔두는 '슬리퍼의 요정'이면서, '복지관 선상님'들에게 유달리 사랑을 받는 예쁜 할머니일 뿐이다. 가족들에 대한 시선도 마찬가지인데, 식구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할머니를 향해 언제나 억울한 얼굴로 "내가 오마니 아들 맞다니까!"를 부르짖는 아빠의 모습은 서럽기보다 귀엽다.

무엇보다 이들은 할머니들의 존재를 전적으로 긍정하고 그대로 받아들인다. 할머니들이 초밥의 뚜껑만 몰래 벗겨 먹어 밍밍한 밥만 남겨놓아도, 시도 때도 없이 방문을 벌컥벌컥 열어젖혀도, 2분에 한 번씩 똑같은 질문을 무한 반복해도 괜찮다. 우리는 가족이니깐. 1만4,000원.

김경미기자 km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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