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음·흡연하는 당신 간 관리 합시다

경제·사회 입력 2015-10-16 17:23:49 송대웅 의학전문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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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암 4명 중 1명 C형간염 탓 A·B형과 달리 환자 증가세

6개월~1년 완치율 70~90% 조기발견하면 치료효과 높아

구토·피로 등 증세땐 병원 찾고 평소 위생관리·건강검진 통해

조기발견·예방노력 기울여야


수개월 전 급격한 오른쪽 윗배 통증과 함께 구토 증상을 보여 병원을 찾은 직장인 김정호(53·가명)씨는 간암 판정을 받았다. 다행스럽게 치료가 가능한 초기라는 말을 듣고 안도의 한숨을 내쉰 김씨는 자신의 간암 원인이 C형간염이라는 의료진의 얘기에 고개를 갸우뚱했다. 술을 자주 먹는 터라 간염 예방 등 간 건강을 위해 A형간염과 B형간염 예방백신은 모두 맞았었는데 C형간염 백신에 대해서는 얘기를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C형간염 예방백신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는 의사의 답변을 듣고서야 이해가 갔다.

오는 20일은 '간의 날'이다. 간은 체내에 들어온 각종 독성물질을 걸러내고 분해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 만큼 의학자들이 별도의 날을 만들어 간 건강에 좀 더 신경을 쓰자는 의미로 제정된 날이다.

간은 침묵의 장기라 할 만큼 증상 발현이 늦어 발견됐을 때는 안타깝게도 치료가 힘든 경우가 많다. 특히 한국인들에게 많은 간암의 경우 미리미리 원인을 제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간암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은 각종 간염 바이러스다. 그중에서도 특히 최근 간암의 주요 원인으로 떠오르고 있는 C형간염의 경우 A형·B형간염과 달리 예방백신이 없어 예방과 관리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16일 건강보험공단 등에 따르면 A형간염과 B형간염 환자 수는 매년 조금씩 줄어들고 있는 반면 C형간염 환자 수는 증가세를 보여 한 해 4만명 이상이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C형간염이 간암의 원인이 되는 비율은 나라별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간암 원인의 25% 정도가 C형간염인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보다 적은 17% 정도지만 가까운 일본에서는 간암 원인의 60%가 C형간염 바이러스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C형간염 바이러스는 B형간염 바이러스보다 간암을 일으킬 위험이 1.5배가량 높다. A형과 B형간염의 경우 영유아 때부터 철저한 백신 접종을 하고 있어 발생이 점점 줄어들고 있지만 C형간염 백신은 아직까지 개발되지 않았고 과음이나 흡연을 하는 사람이나 비만인구 등이 여전히 많은 것을 고려할 때 앞으로 C형간염이 더욱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조기에 발견할 경우 치료 효과는 오히려 B형간염보다 좋다는 것이다.

임영석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만성 C형간염 환자들이 일생 동안 간경변증이나 간암으로 진행할 확률은 약 30~50%로 추정된다"며 "많은 환자들이 C형간염은 별다른 치료방법이 없다고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오히려 장기간의 치료가 필요한 B형간염과 달리 C형간염은 6개월 내지 1년의 치료로 완치율이 약 70~90%에 이를 정도로 치료 효과가 좋다"고 설명했다.

C형간염 치료를 위해서는 인터페론이라는 주사약과 함께 리바비린이라는 경구약(먹는 약)을 반드시 복용해야 하는데 환자의 상태에 따라 강한 치료 효과와 부작용 등으로 인해 약 복용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치료 시작 전 주치의와의 면밀한 상담이 필수적이다.

임 교수는 "C형간염 치료 도중에 중단하거나 약의 용량을 지나치게 줄이면 결국 치료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며 "끝까지 사전에 예정된 약용량으로 치료를 다 받은 경우 완치 확률은 약 80~90%에 이르는 만큼 초기 약물 용량 설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완치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초기 발견이 중요하다. C형간염은 B형간염과 증상이 매우 비슷하다. 구토감과 구역질이 발생할 수 있고 피로하고 소변 색깔이 짙어지는 등의 황달 증상과 함께 눈 주변이 노랗게 변하기도 한다.

고열 등의 독감 유사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잇몸이 아플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증상이 초기에 나타나지 않을 수 있는 만큼 과도한 음주 등으로 간 건강이 우려되는 직장인이라면 직장인 건강검진 항목에 C형간염을 별도로 신청해 간염 바이러스 유무를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예방백신이 없는 만큼 C형간염은 예방이 중요하다.

C형간염은 보통 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액에 의해 전염되는 만큼 위생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C형간염 환자와의 성적 접촉이나 수혈, 오염된 주사기 사용, 문신을 새기거나 피어싱을 하는 과정에서도 감염될 수 있다.

일상생활에서는 손톱깎이·칫솔·면도기 등 개인용품을 공동으로 사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무허가업소 등에서의 불법적인 침, 문신, 피어싱 등의 시술을 받는 것은 금물이다.

또한 수혈을 자주 하는 혈우병 환자나 투석 환자 등 C형간염 고위험군의 경우 조기 발견을 위해 주기적으로 혈액검사 및 복부초음파 등의 건강검진이 필요하다. 다만 일상생활에서 음식을 함께 먹거나 음주 시 컵을 같이 사용하는 정도로는 감염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다고 알려져 있다.

송대웅 의학전문기자 sd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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