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달러시대의 종말, 머지 않았다

경제·사회 입력 2015-09-04 17:21:21 박성규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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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8년 미 재무부는 스위스 프랑으로 표시된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달러가 국제기축통화로서의 기능이 거의 중단돼 해외 채권자들이 가치 저장의 수단으로 더 이상 미 달러를 신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달러는 구매력을 잃었고 1977년에서 1981년까지 구매력은 반으로 떨어졌다. 그 기간 동안 미국의 물가상승(인플레이션)은 50%를 넘어섰다.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은 특별인출권(SDR, 1969년 IMF 워싱턴회의에서 도입이 결정된 가상의 국제준비통화. 1 SDR의 가치는 미국·영국·프랑스·독일·일본 통화를 가중 평균해서 산정한다)을 발행하기 위해 자산을 동원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이 없었다. 결국 달러에 대한 국제적 신뢰가 무너진 상황에서 IMF는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시장에 121억 SDR을 쏟아 부어야 했다.

'화폐의 몰락(율리시즈 펴냄)'은 금리 상승 등의 인위적 방법으로 달러가 국제 기축통화 지위를 상실할 뻔한 위기를 모면했던 지난 1978년과는 달리 앞으로 달러가 기축통화로써의 지위를 상실하고 달러와 연동돼 있는 국제통화 시스템도 붕괴 될 것이라는 예측을 담고 있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오늘날 세계 경제에는 1978년과 유사한 징후가 무수히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11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달러 지수는 1978년보다 4퍼센트 이상 떨어져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2009년 8월 IMF는 다시 통화 긴급구조원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구출작업을 위해 3,100억 SDR을 신규 발행했다.

1978년과 같이 이번에도 위기를 잘 극복하고 달러가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까. 저자는 이에 대해 앞으로 다가올 달러와 국제통화 시스템의 붕괴는 완전히 예측 가능하며, 결코 도발적인 결론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수년 내 금융전쟁, 초인플레이션 등이 달러를 붕괴시키는 위협요소가 될 것이라 주장한다.

과거 미국과 소련이 이념 전쟁을 벌일 때는 소련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은 정치적인 이유로 달러를 지원해 줄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중국, 이란과 같이 국가안보를 미국에 의존하지 않는 국가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이들은 금융전쟁으로 경제적 타격을 받은 미국으로부터 약간의 이득을 취할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아직 그 실체가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인플레이션 역시 달러 패권의 종말에 영향을 미치는 위험 요소 중 하나다. 저자는 미국의 양적완화(중앙은행이 통화를 찍어 시중에 직접 공급함으로써 경기 위축의 방어 및 신용경색을 해소하고자 하는 비전통적인 통화 정책)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은밀히 찾아오고 있으며,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단행한 인플레이션 조치가 더 큰 인플레이션을 불러오는 초인플레이션이 발생해 금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 급속히 달러 가치가 추락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렇다면 무엇이 달러를 대체할 것인가. 저자는 금이 될 지, SDR이 될 지 아니면 지역적인 준비통화가 될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문제라고 말한다. 무엇이 됐건 미래의 국제통화 시스템은 달러를 기반으로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저자의 핵심 주장이다.

책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달러 패권의 종말을 예측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어디까지나 예측인 만큼, 이런 시대가 올 경우 투자자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 지에 대한 조언도 담겨 있다. 저자는 비교적 안전한 투자 대안으로 금, 토지, 미술품, 대체펀드, 현금 등 5가지를 제안한다. 2만5,000원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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