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화 테헤란대 교수 "시 속에 담긴 이란 사람들의 삶 알리고 싶었죠"

경제·사회 입력 2015-08-31 20:20:19 수정 2015-08-31 21:03:32 박성규 사진=송은석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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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뿌리에서 인류는 나왔지. 게다가 창조로 바탕 이루었지. 가지 하나만 충격받아도 충분치.'

유엔 본부 건물에 새겨져 있는 시구다. 이 시구는 13세기 페르시아(이란의 이전 명칭) 시인인 사아디가 썼다.

이란은 시의 나라, 시인의 나라로 불린다. 일상의 생활 속에서 주고받는 속담과 경구 중 상당수가 시에서 유래될 정도로 시는 이란 사람들의 삶 속에 녹아 있다.

그러나 국내에는 아직까지 이란 시가 폭넓게 소개되지 못하고 있다. 현대 시인 중에서 포로그 파로흐저드나 소흐럽 세페흐리의 작품 중 일부가 우리 말로 번역돼 소개된 적이 있지만, 이란의 현대 시문학을 대표하는 여러 시인들의 작품이 소개된 것은 없었다. 최근 이란의 현대 시문학을 대표할 수 있는 시인의 작품 71편이 담긴 '백 년의 시간, 천 개의 꽃송이(문학세계사 펴냄)'가 출간되기 전까지는. 시 선정 작업부터 책의 번역까지 담당한 최인화 테헤란대학교 교수는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기회를 통해 독자들 중 한 명이라도 페르시아 문화와 역사에 친숙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책에는 이란의 입헌 혁명기에 활동했던 시인, 고전시의 시형에서 과감히 벗어나 이란 현대시의 토대를 세운 시인, 현대 시문학사에서 최고의 여성시인으로 손꼽히는 시인을 비롯해 20세기 초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각 시대를 대표할 만한 시인들이 포함됐다.

최 교수는 '페르시아 신비주의 시인 몰라비(루미)의 작품 마스나비에 나타난 언어 개념 연구'로 박사 논문을 받는 등 이란 시 전문가다. 다만 최 교수의 관심사는 현대 시가 아닌 고전 시라서 이번에 시 선정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처음 접한 시인도 있었다.

최 교수는 "이번 책 작업을 하면서 사흐리여르의 작품을 처음 접했다"며 "이전에 이란 지방 여행 할 때 사흐리여르의 무덤을 본 적이 있었는데, 시를 먼저 알고 갔으면 감동이 배가 됐을 것 같다"고 밝혔다.

페르시아 고전시와 현대시의 가장 큰 차이는 형식파괴다. 최 교수에 따르면 고전시의 경우는 장단모음의 적절한 배합으로 나타나게 되는 운율, 이를 바탕으로 각 대구(對句)를 어떻게 배열해 행을 만들고 어떠한 각운을 형성하느냐 등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시형이 존재한다. 쉽게 말해 고전시는 이미 정해진 형태에 시인이 말하고자 하는 바롤 끼워넣는 정형시다.

여전히 고전시형으로 시작을 하는 시인들도 많지만, 현대시로 넘어오면서는 이러한 형식들이 과감히 파괴되거나 변형된다. 아울러 현대시로 넘어오면서 시인들은 일상으로 눈을 돌려, 보다 친숙하고 익숙한 소재를 다룬다. 이번 책을 포함해 '시로 맛을 낸 행복한 우리 한식(문학세계사 펴냄)'을 이란어로 번역하는 등 한국·이란 양국의 문학작품들을 옮기며 양국 문화 교류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최 교수는 앞으로도 양국이 서로의 문화를 이해 할 수 있도록 번역 작업을 이어갈 계획이다.

최 교수는 "이란 시뿐 아니라 이란 근현대 단편소설과 한국의 시선집을 번역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박성규기자 exculpate2@sed.co.kr
사진=송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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