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약의 진화

경제·사회 입력 2015-08-21 17:12:39 송대웅 의학전문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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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부 최진경(39·가명)씨는 늘 입안이 헐고 구내염이 자주 생겨 괴롭다. 참다 못해 인근 약국을 찾았더니 체내 비타민B 성분이 부족한 것 같다며 고함량 비타민B 성분이 함유된 영양제를 챙겨 먹으라고 약사가 권유했다. 평소 큰 알약을 잘 먹지 못해 망설이던 최씨는 크기가 작고 당의정 포장으로 비타민B 특유의 좋지 않은 냄새를 없앤 새로운 약이 나왔다는 약사의 설명을 듣고 약을 구입해 복용을 시작했다.

알약 크기를 대폭 줄인 비타민제, 가루약처럼 털어 먹는 과립형 발기부전 치료제, 녹차처럼 물에 타 먹는 감기약, 물 없이 녹여 먹는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등 날이 갈수록 약의 형태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이는 제약회사들이 약효가 거의 비슷비슷한 만큼 차별화를 위해 시도하는 고육지책의 측면도 있지만 소비자들의 입장에서는 복약 순응도를 높여 치료 효과를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여진다.

복약 순응도는 의사 또는 약사의 처방에 따라 정해진 시간 및 횟수 등에 맞춰 약을 복용하는 정도를 말한다. 복약 순응도가 높을 경우 약물에 의한 치료 효과도 그만큼 좋아지게 된다.

홍성수 비에비스나무병원 원장(내과 전문의)은 "환자가 의사의 지시대로 약을 먹지 않거나 약 먹기를 포기하는 등 복약 순응도가 낮을 경우 환자의 상태에 대해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게 된다"며 "환자가 복용하기 힘든 약은 아무리 효능이 좋아도 복약 순응도가 낮아 치료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는 만큼 의약품이 먹기 편한 제형으로 바뀌는 것은 환자에게도 이득이 된다"고 설명했다.

주로 연하곤란(삼키기 힘듦) 등의 증상으로 약 복용이 어려운 노년층과 약에 대한 거부감이 많은 젊은 여성들이 먹는 의약품에서 이 같은 의약품의 제형 변경이 활발하다.

특히 발기부전 치료제의 경우 물 없이 녹여 먹는 구강붕해정·필름형·과립형 등 새로운 의약품 제형 변경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안국약품이 다음달 4일 출시할 예정인 발기부전 치료제 '시알리스'의 복제약인 '그래서 산'은 물 없이 녹여 먹는 과립형 발기부전 치료제다. 스틱형 포장으로 돼 있어 지갑 내 보관이 가능해 휴대가 용이하다는 장점도 있다.

안국약품에 따르면 그래서 산은 복용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ODIFS(Orally Dissolving in a Few seconds)'라는 새로운 의약품 제조기술을 활용해 만들어졌다. '단시간 내 입에서 녹는' 기술로 복용 후 입안에서 의약품 성분이 급속히 녹을 수 있게 해 잔류감을 최소화했다는 설명이다.

안국약품 관계자는 "물 없이 복용 가능해 연하곤란 환자나 노인 환자 등이 쉽게 복용할 수 있다"며 "과립 알갱이 하나하나마다 자일리톨 코팅을 해 청량감을 주는 등 먹는 맛에도 신경을 썼다"고 말했다. 안국약품은 알약 형태의 제품 출시를 미룬 채 과립형 제형에 마케팅을 집중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한미약품은 씹어 먹는 추어블 형태, 종근당과 삼일제약 등은 구강 용해 필름 형태의 시알리스 복제약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JW중외제약도 최근 자사의 전립선비대증 치료제인 '트루패스' 캡슐의 제형을 물 없이 입에서 녹여 먹는 구강붕해정 형태로 바꿔 새롭게 출시했다. JW중외제약 관계자는 "크기는 절반으로 줄이고 물 없이 입안에서 녹여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수분 섭취에 민감한 전립선 환자들의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뒤질세라 한미약품도 지난 19일 물에 타 먹는 종합감기약 '타이롤핫 건조 시럽'을 출시했다. 타이롤핫은 차(茶)처럼 물에 타 간편하게 복용할 수 있는 종합감기약으로 특히 레몬향이 함유돼 있어 약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젊은 여성들도 편하게 복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타이롤핫은 해열진통 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과 코막힘을 해결하는 수도에페드린, 알레르기 반응 억제 성분인 클로르페니라민(항히스타민제) 등 기존 알약 못지않은 다양한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발열 및 콧물·코막힘·두통 등 감기 증상을 효과적으로 완화한다고 한미약품 측은 설명했다. 차처럼 마시는 제품이기 때문에 빠른 증상 완화 효과는 물론 회복에 필요한 수분을 자연스럽게 섭취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5월 출시된 고함량 비타민B 영양제인 다케다제약의 '액티넘 이엑스 플러스'는 출시 3개월 만에 전국 약국의 절반에 해당하는 1만 곳에서 판매가 되는 등 바람몰이를 하고 있다.

비타민B1 유도체인 푸르설티아민과 비타민B6, 비타민B12를 고함량 함유해 눈의 피로, 근육통, 신경통, 어깨 결림 등의 증상을 개선해주는 이 제품은 기존 비타민제보다 작은 9.2㎜의 작은 크기와 당의정 코팅 기술로 고함량 비타민B 특유의 냄새와 맛을 개선해 노인이나 여성들도 복용하기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의약품 제형 변경은 환자의 복용 편의성을 높이고 복약 순응도를 개선해 치료 효과를 높여주는 동시에 제품의 경쟁력을 높여 매출 증대에 기여하는 등 장점이 많다"며 "향후 먹기 편한 형태의 다양한 제형을 갖춘 의약품 출시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송대웅 의학전문기자 sdw@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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