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스토리] 제주항공, 싱가포르항공 투자유치 무산… 속사정 뭐길래

경제·사회 입력 2015-08-17 17:59:45 나윤석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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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항공은 지난해 말부터 자사 지분 약 20%를 싱가포르항공에 넘기는 방안을 논의해왔다. 협상이 성사될 경우 제주항공은 올 하반기 기업공개(IPO) 이전에 넉넉한 자금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 선진 운용시스템 도입과 장거리 노선 확대로 단숨에 국내 '빅(Big)3' 항공사로 도약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그런데 제주항공의 지주회사인 AK홀딩스는 "제주항공에 대한 싱가포르항공의 지분투자 검토 건은 진행하지 않기로 했다"고 돌연 밝혔다.

대체 어떤 속사정이 있었던 것일까.

항공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17일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제주항공에 반대 의사를 표시해 투자 협상이 중지된 것으로 안다"며 "외국계 자본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지면 기간산업으로 분류되는 항공업에 민감한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기본 논리"라고 밝혔다.

실제로 외국에는 기간산업 보호라는 명분 아래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국영 항공사가 상당수 있고 국영·민영 여부에 상관없이 일부 항공사는 자국민 외에 외국인 근로자는 채용 자체를 배제하는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국내 항공법 6조도 항공사의 경우 외국계 자본이 확보할 수 있는 총지분을 최대 49%로 제한하고 있다. 외국 자본이 경영권 확보를 통해 기간산업의 경영권을 침해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제주항공도 이를 의식해 그동안 다양한 재무적 투자자(FI)들의 투자 제안을 거절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제주항공이 협상 파트너로 싱가포르항공을 점 찍은 것은 이 회사가 단기적인 투자 수익만 노리는 FI보다는 전략적 투자자(SI)에 가깝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간산업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존재하고 회사 측도 충분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음에도 정부가 여론의 비판을 사전에 우려해 '과민 반응'을 보이면서 기업 경영에 치명적인 손실을 가져온 것이다.

싱가포르항공은 전 세계 37개국 102개 도시를 운항하는 글로벌 항공사다. 반면 제주항공의 경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18개 도시에 취항 중이며 저비용항공사(LCC)라는 속성 탓에 미주·유럽 등지로는 노선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제주항공으로서는 싱가포르항공과의 협업을 통해 장거리 노선까지 영역을 확대하면서 대형 항공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말았다.

특히 올 상반기 307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전년 동기(30억원)와 비교해 10배가 넘는 실적을 기록하는 등 가파른 상승 가도에 올라탄 현재 상황을 감안하면 더욱 아쉬운 대목이다.

나윤석기자 nagija@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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