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예술의 탄생, 엄지에서 시작됐다

경제·사회 입력 2015-08-07 17:48:41 이재유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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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원보다 큰 엄지발가락은 인류의 직립보행에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서서 걷는 인간은 원래 앞발이었을 손으로 도구를 사용하게 되고, 몸속 혈액순환 체계 자체가 바뀌며 두뇌도 점점 커졌다.

마찬가지로 큰 '맞서는 엄지(손가락)'는 반대편의 손가락 4개와 함께 붓이나 펜, 총 등을 더 단단히 잡을 수 있게, 더 다양하게 다룰 수 있게 해줬다. 예컨대 검지나 중지 중 하나가 없어도 총을 쏠 수 있지만, 엄지가 없으면 어렵다. 또 상대적으로 더 곧고 긴 나머지 손가락들도 뼈가 세 마디로 이뤄져 더 정교한 움직임이 가능하게 했다. 이로써 인류는 예술의 탄생을 위한 충분조건을 갖췄지만, 그 창작 동기에 대해서는 더 설명이 필요하다. 전통적으로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은 '모방'을 통해 현실을 재현하고자 하는 욕구와 그 성취감을 예술의 동기로 지적했고, 사냥물을 그림 속에 가둬 사냥의 성공을 비는 '사냥 주술'도 동기로 거론된다.

왜 그림 속 사람이나 동물이 실물과는 다른 비례와 크기로 왜곡되고 과장되어 있을까. 이는 어린이의 그림 그리기 패턴에서도 엿보인다. 관찰하기보다는 머릿속 이미지를 그리고, 인상적인 특정 부분만 강조한다. 직접 보지 못했어도 집과 사람처럼 연관된 대상을 꼭 함께 그리고, 원근법이나 착시 같은 것은 무시하기 일쑤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수이자 고고학자인 저자는 특히 인체 묘사에서 종족 번식과 관련된 성기나 유방, 골반 같은 인체 부위를 과장하는 것에 대해 진화생리학의 '자웅선택' 이론을 제시한다. 본능적으로 인간은 이성의 번식력을 기준으로 짝을 찾게 되고, 그림에서도 이를 기준으로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되는 비율, 혹은 그 이상으로 과장된 형태를 그린다는 것.

책은 나아가 인간이 예술 작품을 통해 사회 위계를 강화하고 초자연적인 것을 표현하며 자신의 이미지를 만드는 동시에 우리의 생명이 결국 유한하다는 것을 표현하는 과정을 따라간다. 2만5,000원.

이재유기자 0301@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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