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백혈병 조정위, 초법적 권고안에 경영권 침해 우려

경제·사회 입력 2015-07-23 17:54:06 수정 2015-07-24 09:03:16 나윤석 기자 0개

페이스북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네이버 블로그 공유하기

삼성전자의 직업병 문제를 논의하는 조정위원회가 회사 측에 1,000억원을 기부해 공익법인을 설립, 피해자 보상 문제를 해결할 것을 권고했다. 조정위가 권고안을 낸 것은 지난 2007년 근로자 사망으로 문제가 불거진 지 8년 만이다.

하지만 권고안의 세부 내용을 들여다본 결과 사외이사에 준하는 권한을 지닌 옴부즈맨(감찰관) 제도 도입과 편향적인 이사진 구성 등 경영 활동을 위축시키는 초법적 요소가 곳곳에 담겨 있어 타협의 실마리를 찾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에서의 백혈병 등 질환 발병과 관련한 문제 해결을 위한 조정위원회'는 23일 서울 서대문구 법무법인 지평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 등의 기부로 사단법인 형태의 공익법인을 설립해 피해자 보상 문제를 해결하라"는 권고안을 제시했다.

조정위는 삼성전자는 1,000억원,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등의 유관 단체는 합당한 규모의 기부금을 출연해 법인을 설립하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조정위는 삼성전자와 협회 등이 마련한 기부금은 일단 협회에 신탁하며 70%는 보상 사업으로 충당하도록 했다. 나머지 30%는 공익법인의 고유재산으로 이관받아 관리하게 된다.

조정위는 학계 연구결과와 역학조사 결과를 토대로 보상 대상을 2011년 1월1일 이전에 삼성전자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사업장에서 작업 공정을 하거나 관련 시설 설치 및 수리 작업에 참여한 근로자로 제한했다.

근무 기간은 1년 이상이어야 하며 보상 질병은 백혈병과 림프종, 다발성 골수증 등 총 12개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측은 "가족의 아픔을 조속히 해결한다는 기본 취지에 입각해 신중히 검토하겠다"면서도 "권고안 내용 중에는 회사가 여러 차례에 걸쳐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힌 내용이 포함돼 있어 고민되는 것이 사실"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재계에서는 이번 조정위 권고안의 세부 내용이 초법적인 요소를 상당수 포함하고 있어 기업의 정상적인 경영 활동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이 중에서도 옴부즈맨 제도 도입과 편향적인 이사진 구성 가능성 등은 심각한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

조정위는 권고안을 통해 "독립적인 활동이 보장된 옴부즈맨 3인은 종합진단에 필요한 정보를 삼성전자로부터 매년 정기적으로 제출 받아 검토·평가할 수 있도록 하며 삼성전자는 옴부즈맨의 시정 권고에 대한 조치 결과를 3개월 이내에 공익법인에 통보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재계 관계자는 "일반 기업에 재단이 들어와서 정기적으로 감시하고 시정명령을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위헌적인 권고안"이라며 "삼성에 비판적인 시민단체들조차 이 정도의 독소조항을 요구하지는 않는다"고 비판했다.

각 1명씩 이사진 추천 권한을 부여받은 단체들도 논란의 대상이다.

조정위는 공익법인의 이사진 구성을 위해 대한변호사협회·한국법학교수회·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참여연대· 한국산업보건학회·한국안전학회·대한직업환경의학회 등의 단체에 전문가 1명씩을 추천할 것을 권고했다.

이들은 대체적으로 그동안 사회 이슈에 대해 진보적인 입장을 견지해온 단체들이다. 재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공익법인이 편향적인 이사들로만 구성된다면 균형 잡힌 타협점을 내놓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co.kr

[ⓒ 한국미디어네트워크(www.hankooki.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페이스북 공유하기 트위터 공유하기 카카오톡 공유하기 네이버 블로그 공유하기




0/250

0/2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