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입찰 한달 앞둔 홈플러스… 벌써부터 매각 성사 '회의론'

증권 입력 2015-07-16 17:37:56 수정 2015-07-17 10:03:11 송종호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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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유통그룹 테스코의 홈플러스 매각 본입찰이 다음달 17일로 예정된 가운데 '적격인수후보(쇼트리스트)'에 들어간 사모펀드(PEF)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예비실사를 통해 인수가와 투자 회수 가능성을 따져보고 있는데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평가가 곳곳에서 제기돼 홈플러스 매각에 '회의론'이 확산되고 있다. 대형마트를 필두로 한 유통업은 성장세가 이미 꺾였는데 매도자와 인수후보 간 가격 차는 3조~4조원에 달하고 있는데다 인수후보가 모두 PEF에 국한되자 구조조정을 우려한 노조의 반발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와 칼라일·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골드만삭스PIA·KKR 등 홈플러스 예비실사 기회를 얻은 PEF들이 평가한 홈플러스 자산가치는 4조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테스코의 매도 희망가격이 7조~8조원에 이르는 점을 고려하면 본입찰이 진행되더라도 가격협상이 애초 무리에 가까운 상황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예비실사를 진행 중인 PEF들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이들은 홈플러스 전체 경영실적보다 사업부별·점포별 가치 책정에 주력하고 있다. PEF의 특성상 홈플러스를 보유하고 있는 기간은 10년 내외다. 이 기간 중 투자 회수를 위해 재매각을 하거나 자본 재구조화를 해야 하지만 홈플러스의 덩치로 볼 때 어느 것도 쉽지 않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다. 회사 전체를 통째로 매각하는 게 가장 좋지만 이번 매각에서도 확인됐듯 국내 대형 유통업체는 독과점 문제로 쉽사리 인수에 나서기 어렵다. PEF에 재매각하는 경우도 쉽지 않다고 하면 결국 대형마트와 기업형슈퍼마켓(SSM), 편의점 등의 분할매각을 전제로 투자 회수 전망을 따져볼 수밖에 없다. 홈플러스는 전국에 대형마트 140개, SSM 376개, 편의점 220개를 갖추고 있다.

인수합병(M&A)업계의 한 관계자는 "PEF들이 성장성이 둔화된 국내 유통산업 현실을 모를 리 없고 프랑스계 까르푸나 미국계 월마트가 국내에서 결국 실패한 사실도 잘 알려져 있다"면서 "홈플러스 인수전에 PEF들이 나선 것은 점포별·사업부별 분할매각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장성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는데 매도자와 인수후보 간 가격 격차는 더욱 벌어지는 형국이다. 홈플러스는 지난해(2014년 3월~2015년 2월) 매출 8조5,682억원, 영업이익 2,409억원을 기록해 1년 전보다 매출은 4%, 영업이익은 29% 감소했다. 홈플러스 매출이 줄어든 것은 지난 2006년 이후 처음이다. PEF가 편의점·대형마트별 부동산 가치에 주목하고 있는 또 다른 이유기도 하다. 하지만 예비실사 과정에서 부동산 가치가 높은 매장들은 이미 매각된 것으로 확인돼 홈플러스 자산가치는 4조원대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투자은행(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자산가치가 1조원에 불과하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며 "테스코와 PEF 간 가격 차이가 커 벌써부터 매각 무산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가격에서 어떻게든 접점을 찾는다고 하더라도 홈플러스 인수를 PEF가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수익을 최우선으로 삼는 PEF 입장에서 단기 수익제고를 위해 대규모 인력감축에 나설 수밖에 없는데 홈플러스 노조는 이미 강력 반발과 강도 높은 투쟁 방침을 천명하고 있다. 김기완 홈플러스 노조위원장은 "현재 거론되는 인수후보는 모두 PEF로 기업의 지속 성장보다는 단기 이익을 추구하고 있어 구조조정과 인력감축이 불 보듯 뻔하다"며 "결코 새 주인이 되는 걸 용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대형 유통업체의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소비자 신뢰도 추락까지 겹쳐 있어 업계 입지를 유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테스코가 기대하는 가격은 턱도 없고 가격을 대폭 낮춰도 노조 문제 등 넘어야 할 산이 한두 개가 아니다"라고 평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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