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 제재에 발목잡힌 건설업계] <하> 과잉·중복 제재

경제·사회 입력 2015-04-27 17:01:24 이재용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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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건설사들은 지난 2010년 이후 올해 3월까지 입찰 담합을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총 1조74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으며 과징금 규모는 올해 안에 2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담합에 따른 제재는 과징금으로 끝나지 않는다. 발주기관의 입찰참가 제한 처분, 검찰 기소 및 형사재판, 발주기관의 손해배상 청구까지 이중, 삼중의 처벌을 감수해야 한다.

이 가운데 건설업계는 국내외 수주 족쇄로 작용하는 입찰참가 제한 처분의 경우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과잉제재라고 주장하고 있다. 입찰 제한이 해외시장에서 국내 건설사들의 위상을 추락시키고 고용에도 악영향을 주는 만큼 선진국처럼 유연한 제도 적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명수 명지대 법학과 교수는 "담합에 대한 엄격한 규제 자체는 옳지만 종합적 법 인식 없이 마구 규제해 중복제재의 여지가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스탠더드 위배되는 과잉제재=우리나라의 경우 국가계약법과 지방계약법·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담합 사실이 드러날 경우 발주기관은 최대 2년의 입찰참가 제한 처분을 의무적으로 부과해야 한다.

이때 입찰 제한 처분은 담합이 적발된 공사의 발주기관은 물론 정부와 공공기관·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하는 모든 공사에 일괄적으로 적용된다. 하지만 해외 주요국들은 담합에 대해 입찰 제한과 같은 징벌적 제재보다는 금전적 제재 중심으로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는 게 일반적이다.

또 선진국에서 입찰참가 제한은 의무사항이 아닌 재량사항으로 설사 입찰 제한 처분을 받더라도 전체 공공공사가 아닌 개별 발주기관의 공사만 제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프랑스에서는 범죄성이 중대하거나 사업 규모가 매우 큰 경우 등에 한해 예외적으로 입찰참가를 제한하고 있으며 영국은 입찰 제한을 발주기관이 재량으로 운영하고 있다.

◇정부가 담합 유도한 측면도 감안해야=아울러 건설업계는 과거 발생한 입찰 담합은 정부가 자초한 측면이 크다고 하소연한다. 공공공사 최저가낙찰제에 따른 지나친 저가경쟁과 대규모 국책사업을 잘게 쪼개 발주하면서 한 건설사가 한 개 공구만 수주하도록 한 '1사 1공구제'가 담합 발생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특히 턴키공사의 경우 입찰에서 떨어지면 이미 투입된 설계비를 날릴 수밖에 없어 업체들의 담합 유혹을 키웠다는 지적이 있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점을 인정해 올해 초 최저가낙찰제를 종합심사낙찰제로 개편하고 1사 1공구제를 전면 폐지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신석훈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정책팀장은 "담합을 유도한 건설산업의 제도적 문제점과 건설업계의 어려운 현황 등을 고려해 입찰참가 제한 처분을 해제해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담합사건 신속 일괄처리 검토 필요=건설업계는 아울러 기업활동 정상화와 원활한 해외수주활동을 위해 담합사건에 대한 신속한 일괄처리가 필요하다고 입장이다.

한 예로 선진국에서도 건설사들의 담합사건을 일괄조사해 처분한 사례가 있다. 영국이 대표적이다. 영국 공정거래청(OFT)은 2009년 그간 관행적으로 이뤄진 수많은 입찰 담합건을 일괄조사해 103개 건설사에 총 1억2,920만파운드(한화 약 2,3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후 사건을 종결했다. 당시 영국 공정거래청은 리니언시(자진신고자 감면제)와 패스트 트랙(신속처리절차)을 통해 조사에 협조한 건설사의 과징금을 25~50%가량 감면해줘 담합사건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었다.

이재용기자 jyle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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