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채운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중진공 채용때 중기 경력자 가산점… 인력 미스매치 해소 앞장

경제·사회 입력 2015-04-19 18:24:43 수정 2015-04-19 20:03:22 정리=서은영·한동훈 대담=오철수 성장기업부장(부국장대우 기자 0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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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을 장돌뱅이로 키우는 일회성 수출 지원을 넘어 마케팅부터 판매·사후서비스까지 철저한 현지화를 지원해 글로컬(글로벌+로컬) 기업으로 만들어줘야 합니다." 지난 1월 공단 창립 이래 최초의 민간 출신 수장이 된 임채운(사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은 19일 서울 여의도 집무실에서 진행된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중소기업 정책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고 수차례 역설했다. 또한 중소기업 인력 미스매치 해소를 위해 올해 채용부터 중기 출신 경력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등 중진공이 솔선수범해나가기로 했다. 유통·마케팅 분야의 대표 학자로 링 밖에서 훈수를 두던 교수에서 링 안의 선수가 되면서 그는 더욱 철저하게 중진공의 역할과 한계를 고민하고 있다. 100일에 가까운 고민 끝에 임 이사장이 내놓은 중진공의 청사진은 '중소기업의 자생력을 키워주는 성장판'이다. 임 이사장은 "이전까지 중기 정책은 중소기업을 환자나 약자로 보는 복지정책에 치우쳤지만 이제는 △인력 △기술 △마케팅 △판로 등 분야별 맞춤 지원을 통해 성장판을 열어주는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며 "현재는 중진공 사업 중 안전판 성격의 사업이 70%에 달하지만 앞으로는 자생력 강화와 글로벌화를 골자로 한 성장판 사업 비중이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2시간가량 이어진 인터뷰에서 올 한 해 중진공이 주력할 사업을 소개하면서 그는 한 번도 숫자를 목표로 내세우지 않았다. 임 이사장은 "숫자를 목표로 내세우고 이를 달성하면 축하행사나 치르는 방식으로는 중진공이 중기 정책집행 기관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없다"며 "사업의 내실을 키우고 고객인 중소기업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임기 3년간 사업 구조조정에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좁은 시장을 깊게 뜨도록 중기의 철저한 현지화를 도와줘야 하는데 지금까지의 정책은 넓은 시장을 얕게 떠먹는 데만 치중했습니다." 중진공과 KOTRA 등 중소기업 수출 지원 기관의 정책·사업에 대한 임 이사장의 진단이다. 임 이사장은 해외 전시회 참가 지원과 바이어 상담회 개최 같은 일회성 지원으로는 수익성이 낮은 장돌뱅이만 양산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임 이사장이 대안으로 제시하는 지원방안은 시장에 대한 이해와 전략으로 철저하게 중무장한 글로컬 기업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임 이사장은 "중국 시장을 예로 들면 현지 유통기업에 우리 중소기업 물건을 팔아주는 중계상(바이어)을 통해 중국 전역에 유통하는 방식보다는 인구 수는 500만~1,000만명으로 비교적 적은 2~3선 도시라도 현지 유통망을 확보해 제품을 직접 납품하는 게 수익성이 훨씬 좋다"며 "중진공을 비롯한 중기 수출 지원 기관들이 머리를 맞대 기존의 일회성 지원을 과감하게 줄이고 각 기관의 강점을 버무려 실질적인 지원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기관별 강점을 살리려 해도 부처 간 칸막이 탓에 시너지를 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임 이사장은 "창업과 수출, 연구개발(R&D) 등 지원 분야별로 중진공과 역할이 유사한 기관들이 많고 이들 기관과 경쟁이 불가피한 것도 사실이지만 경쟁보다는 각 기관의 강점을 살려 시너지를 내는 것이 바람직한데 현재로서는 칸막이가 지나치게 높다"며 "수출 중기 육성과 관련해서도 대관업무가 강점인 KOTRA가 현지 기관들과의 교섭을 통해 비관세장벽에 적극 대응해주면 중기 네트워크가 좋은 중진공이 수출 중기 육성을 밀착 지원하는 식으로 협력이 가능한데 현재는 잘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지난해 기획재정부의 '재정사업군 효율화'에 따라 KOTRA가 해외 부문을, 중진공이 국내 부문을 맡는 식으로 사업을 조정했지만 이 같은 선긋기식 역할 분담으로는 수출 중기에 대한 밀착지원이 이뤄질 수 없다는 지적이다.

'중기 글로벌화'를 제1 과제로 내세운 만큼 내수시장에 안주하려는 중소기업들이 해외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현지 마케팅 투자도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중기 제품 전용매장을 주요 거점 도시에 설치해 해외 유통망 진출의 전진기지로 활용하는 한편 공동 물류창고와 사후처리(AS) 시스템 등을 갖추도록 지원하는 안을 구상하고 있다. 임 이사장은 "많은 중소기업들이 대기업 납품이나 공공조달시장 참여로 내수시장에 안주하며 경쟁을 피하려 하는 경향이 강한데 이는 선수가 되겠다고 해놓고 경기에 나가지 않겠다고 하는 것과 같다"며 "고속성장기에는 요소투입을 늘리면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성장할 수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성장정체기에는 중소기업도 시장을 개척해야 하고 국내 대기업이나 공공시장 대신 해외시장에서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창업기업에 던지는 주문도 마찬가지다. 궁극적으로 해외시장을 목표로 하는 기업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기업의 유형에 맞는 성장전략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임 이사장은 "창업기업의 유형은 茱餉♥殆?기반을 둔 '시장창조형'과 실생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수요대체형 창업'으로 나뉘는데 수요대체형 창업은 창업 초기부터 해외 진출에 대한 비전을 세울 수 있도록 글로벌 마케팅 지원을 강화하고 기술창업은 국내시장에서 보호·육성 후 해외로 나갈 수 있도록 투트랙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의식을 반영해 2011년 신설돼 국내 대표 창업지원사업으로 자리 잡은 청년창업사관학교도 올해 5년차를 맞아 프로그램 정비에 나선다. 특히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보조금에서 융자, 융자에서 투자로 이어지는 패키지형 정책자금과 마케팅을 연계 지원한다.

임 이사장은 중진공의 사업을 3단계로 구분했다. 전국노래자랑처럼 노래는 잘하는데 TV 출연 기회를 얻지 못한 기업을 발굴해 로컬 스타로 내실을 키우고 여기서 검증된 기업은 내셔널 스타로,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스타로 키워줘야 한다는 것이다. 임 이사장은 "우리의 강점은 기업의 문제를 진단하고 성장 로드맵을 만들어주는 '기획사'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창조경제는 죽기 직전 마지막 한 수를 두는 '바둑의 묘수'와 같은 것인데 중진공이 마지막 한 수를 두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중소기업의 자구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정책 효과가 나올 수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한편 산업 현장의 인력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올해 채용부터 중소기업 인턴 경험이 있는 입사 지원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공공기관 가운데 중기 인턴을 우선 채용하는 것은 중진공이 처음이다. 임 이사장은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높이려면 좋은 인재가 유입돼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사회 전반의 낙인효과 탓에 젊은이들이 중소기업에 진입조차 하지 않는다"며 "공공기관과 은행·대기업 등이 중기 경력자에 가산점을 준다면 중기 일자리에 대한 선호도도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기업은행이 앞서 중기 출신 인재를 우선 채용하는 제도를 도입했는데 중소기업을 고객으로 모시는 중진공에서도 중기 현장을 아는 인재가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대기업과 은행 등 사회 전반에 중소기업을 이해하는 인재가 유입되면 중소기업에 대한 사회 전반의 인식도 달라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채용 가산점 제도의 부작용으로 중기 인력 유출 가능성을 지적하자 그는 "젊은이들이 중소기업 문턱을 넘어서도록 하는 게 우선이며 이들이 회사에 머무르게 하는 것은 해당 기업의 몫"이라며 "중소기업 역시 좋은 인재를 유치하려면 인재육성에 적극 투자하며 자구노력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임 이사장은 중소기업이 자생력을 갖추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인재를 꼽았다. 그는 "중소기업이 기술력을 높이려면 R&D 인력이, 해외시장에 나가려면 글로벌 마케팅 인력이 필요한데 이 같은 고급 인재들은 중소기업에서 구하기 쉽지 않다"며 "최근 중진공이 전국 각지의 대학들과 양해각서(MOU)를 맺고 대학 내 우수 인재들을 중소기업에서 인턴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기회를 늘리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부산 현장 방문 때 부산외국어대를 방문해 '글로컬 마케터' 육성을 위한 MOU를 맺었다. 글로벌 감각과 어학 실력을 갖춘 대학생들이 중소기업에서 인턴으로 경험을 쌓을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한편 중소기업은 해외 마케팅 인력을 손쉽게 확보하도록 지원하려는 전략이다. 앞으로는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 유학생들이나 국내 거주 외국인 유학생을 중소기업과 연결해주는 프로그램도 만들 계획이다.

지난해 8월 첫선을 보인 내일채움공제 역시 올해 가입자를 1만명으로 늘려 중소기업 직원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도록 할 방침이다. 중소기업 핵심 인력의 장기 재직을 유도하고 우수 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공제사업인 내일채움공제는 14일 현재 누적 가입자 수가 4,179명에 이른다. 임 이사장은 "특성화고 인력양성사업 등을 통해 인력 유입을 확대하고 중소기업 연수사업을 통해 직원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한편 핵심 인력의 장기 재직을 유도하는 내일채움공제로 뒷받침하는 '중소기업 인력양성 플랫폼 체계'를 구축할 것"이라며 "중소기업의 자체적인 근로환경 개선과 함께 정부의 인력양성 플랫폼이 뒷받침된다면 인력 미스매치 문제를 다소나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진공의 100% 자회사인 중소기업유통센터가 운영하는 정책매장은 무명 중기의 데뷔 무대로서 안전판 역할을 하도록 하되 중진공은 집객효과가 뚜렷한 유통점에서 중기 제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상생매장' 개설작업에 집중할 방침이다.

" 보여주기식 '임채운표' 사업 안해 … '능동적 중진공' 만들기 초점 ■취임 100일 앞둔 임이사장

He is…

△1957년 경기 의정부 △1980년 서강대 무역학 졸업 △1985년 미국 미시건대 경영학석사 △1991년 미국 미네소타대 경영학박사 △1994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2006년 한국구매조달학회 회장 △2008년 한국유통학회 회장 △2010년 서강대 경영전문대학원 원장 △2012년 동반성장위원 및 적합업종 실무위원, 공정거래조정원 대규모유통업거래 분쟁조정협의회 위원장 △2013년 하도급 분쟁조정협의회 위원, 소기업·소상공인 공제운영위원, 한국중소기업학회 회장 △2015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보여주기식 '임채운표' 사업 안해… '능동적 중진공' 만들기 초점


■ 취임 100일 앞둔 임이사장
내부전달체계 개선 등 혁신 추진
독수리 TF 운영… 6월 조직 개편


지난 1월 취임한 임채운 이사장은 중소기업진흥공단 36년 역사상 최초의 민간 출신 이사장이다. 이전까지 중진공 수장은 모두 정부 고위 관료나 군 출신이 맡아왔다. 유통·마케팅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학계에서 인정받았던 그는 민간 출신답게 단기 실적에 급급하기보다는 연구 경험을 중기 정책에 반영하고 관료주의에 젖은 중진공의 체질을 개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취임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취임 100일을 일주일 앞둔 임 이사장은 임기 3년 동안 보여주기식 '임채운표' 사업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 이사장은 "그동안 이사장들이 임기 3년 내 성과를 내기 위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고는 했는데 그 여파로 업무만 늘어나 직원들의 피로도가 높았고 조직 효율성이 떨어졌다"며 "제한된 예산 안에서 기존의 중진공 4대 사업인 중소기업에 대한 자금과 기술컨설팅·판로·인력 지원 성과를 끌어올리는 데 중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 가짓수를 늘리는 대신 임 이사장은 중진공의 자생력을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전에는 이사장의 '입'만 바라보고 조직이 움직였다면 앞으로는 중진공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업무에 임할 수 있도록 조직 시스템을 바꿀 예정이다. 임 이사장은 "기관장의 개인기로만 움직이는 조직은 자생력이 떨어진다"며 "직원들이 수동적인 업무태도를 극복하고 효율적으로 중소기업 지원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내부전달체계 개선과 조직개편 등 경영혁신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조직개편 작업을 위해 그는 3월 독수리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TF 이름은 독수리 설화에서 따왔다. 독수리는 70년을 살기 위해 서른다섯 살 무렵부터 무뎌진 부리와 발톱을 뽑고 깃털을 뽑는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치는데 중진공도 독수리처럼 환골탈태해 새롭게 태어나자는 의지를 반영했다. 독수리 TF는 본사 부서 내 팀장급 직원(입사 20년 이상) 10명으로 구성되며 매주 2회 회의를 개최하고 1개 주제에 대해 결론을 도출하면 다음 주제로 넘어가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6월 중순까지 가동되며 임 이사장은 독수리 TF에서 나온 논의를 바탕으로 조직개편에 나설 예정이다. 이사장이 주도하는 게 아니라 직원들의 의견을 바탕으로 조직개편이 이뤄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정리=서은영·한동훈기자 supia927@sed.co.kr
대담=오철수 성장기업부장(부국장대우) csoh@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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